원작과는 다른 엔딩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2006년 개봉했습니다. 사실은 2003년에 출간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습니다.
무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이 책은 저자인 로렌 와이즈버거의 실제 자전적 경험이 일부 반영되었습니다. 유명한 패션잡지 보그에서 1년간 비서 일을 했던 본인을 주인공 앤드리아로 만들고 자신이 일했던 보그는 런웨이 잡지사로 그리고 자신의 직속 상사였던 보그의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미란다 프리슬리로 변신시키며 당시에 자신이 겪었던 일과 재미있는 상상력을 추가해 이 소설을 완성시켰습니다.
재미있는것은 이 책이 출판되기 전에 원고를 미리 읽어본 폭스가 책의 흥행을 예감했고 영화 제작을 미리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책과 영화는 차이점은 있습니다. 소설은 직장인들의 판타지를 욕구를 채워주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그것은 엔딩 부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원작의 엔딩은 패션쇼 장에서 앤드리아가 미란다에게 욕설을 마구 퍼부은 뒤 퇴사를 하고 이후에 새로운 직장을 얻는다는 다소 허무한 엔딩입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앤드리아와 미란다가 결국은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며 존중해 주는, 이른바 성숙한 형태의 엔딩결말을 맞이합니다.
천사는 샤넬을 입는다.
제목에서부터 프라다가 들어간 영화인 만큼 영화 속에서는 아주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실 직장인인 에밀리는 원작에서는 미국인이었는데 배우 에밀리 브런트가 본인의 영국식 발음을 사용하고 싶다고 했고 영화판에서는 영국인으로 설정이 바뀌었습니다. 그때문에 의상 감독은 에밀리의 의상 대부분을 영국 대표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로 설정했고 주인공 앤드리아 같은 경우는 많은 명품 사이에서 유독 샤넬을 많이 입고 있습니다.
특히 그중 샤넬 부츠 같은 경우는 평소 패션에 신경을 쓰지 않던 앤드리아가 처음으로 제대로 차려입고 회사에 출근한 장면에서 사용되는데 사실 샤넬 부츠는 샤넬의 설립자인 코코샤넬을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평소 패션 업계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보이던 앤드리아가 미란다에게 표하는 패션 업계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앤드리아와 샤넬의 찰떡궁합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악마는 프라다를, 천사는 샤넬을 입는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원작 소설의 제목이 악마는 프라다는 입는다는 이유는 꽤나 단순합니다. 보그에서 일하던 저자는 당시의 상사 안나 윈투어가 악마처럼 느껴졌고 그런 안나 윈투어가 가장 즐겨 입던 브랜드가 다름 아닌 프라다였기 때문입니다.
프라다는 결국 성공의 결과이다.
감독은 원작의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아 새로운 결말을 제시하게 됩니다.. 바로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입니다. 성공을 위해 궂은일을 할 수 있는지, 성공을 위해 굴욕을 감수할 수 있는지, 성공을 위해 친구를, 사랑을 희생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성공을 위해 자신의 신념마저 저버릴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이런 성공을 상징하는 것은 미란다 프리슬리입니다. 모든 것이 화려하고 근사한 그녀는 첫 등장부터 명품 프라다 가방을 들고 등장합니다. 특유의 절제미와 세련미로 뉴욕이라는 배경과 브랜드 프라다는 프리슬리의 성공한 삶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결국 제목 악마는 프라다는 입는다라는 것은 악마는 성공을, 프라다는 성공의 결과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선택에서 앤드리아는 악마가 되기를 거부합니다. 미란다의 차에서 내려 미란다의 연락을 거부하며 그녀는 정반대의 길, 바로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어찌보면 악마의 삶은 화려하고 멋있습니다. 미란다 프리슬리처럼 모두가 악마의 삶을 원할지도 모릅니다. , 그러나 굳이 악마가 아니어도 충분히 훌륭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이야기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악마조차도 앤드리아의 선택에 미소를 보이며 응원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일평생 단 한번뿐인 미소였습니다.
삭제 장면 중에는 미란다의 남편이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것을 앤드리아가 구해주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앤드리아가 미란다에게 인정받는 아주 중요한 장면이지만, 영화 마지막 미란다의 미소가 가진 힘이 약해질까 우려되어 그 부분은 삭제했다고 합니다. 책에는 후속작 복수는 프라다를 입는다도 존재합니다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매우 좋은 작품이기에 그것을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